미식의 품격
페이 x 글랑#주종로그 고기의 질을 따져 고르면 고를수록 돌아오는 것은 굶주림이다. 대개 식욕이 미식의 기준을 앞서곤 했기 때문에, 그는 식사할 때에 고기의 종류를 엄격히 따지는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눈앞의 순진한 여우는 부드럽고, 조그맣고, 말랑말랑하다. 어떤 먹이사슬에서도 잡아먹히는 쪽이 되는 것을 피할 수 없을 것 같은 근육량이다. 페이는 그녀가 상당히 고급 식재료임을 일찍이 솎아낸 지 오래였다. 한 눈에 봐도 잘 움직이지 않아 살은 말랑하고 뼈대는 굵지 않으며, 순종적으로 구는 것에 거부감이 없다. 페이에게는 먹잇감을 알아보는 날카로운 본능이 있었고, 그녀가 꽤 마음에 들었다. 유감스러워야 할 일이 있다면 마음의 드는 상대와의 애프터를 대개 식탁에서 하게 되는 그의 고질적인 습관 정도일 것이다...
로그 2019.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