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스크 엔딩로그
999 러스크는 잔류하는 것에 면역이 없었다. 폭풍우가 식고 남은 싸늘한 한기에도 그는 몸을 움츠렸다. 신성 이브리도의 종결에는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 과정 속에서 단계마다 움트던 피와 땀, 감정의 소용돌이는 먼지 하나 남기지 않고 휩쓸려 사라졌다. 얼마나 근소한 차이로 누구는 익사하고 누구는 떠올랐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한 번 깨진 것은 어떻게 붙이든 다시 빛나지 않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억울할 것도 없다, 과정보다 절대적 결과만이 중요한 것은 본인도 마찬가지였으니까. 그의 계산식에 문제가 생긴 건 어쩌면 조금 된 일인지도 모르겠다. 다만 그는 열흘 남짓 그것을 증명해내지 못했던 것뿐이다. 시간, 돈, 위험부담, 끝과 끝이 가져다 줄 결과까지. 러스크는 그런 것들을 계산기 없이도 아주..
로그 2019.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