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백
동백은 담뱃불이 무서웠다. 타오르는 열점은 시야 한 구석에 어른거리는 잔상을 만들었고 그럴 때마다 보고싶지 않은 것들이 보였다. 불꽃, 검은 연기, 타들어가는 벽지와 오그라드는 장판. 그리고 비명, 울음... 언젠가부터 동백은 삼학년 그 선배는 빡세게 생겨서 사실 그렇지 않더라는 소문의 주인공이 되었다. 제 학년을 착각하여 반말을 찍찍하던 후배에게 곧이곧대로 삼십분을 이야기 해주다가 매점에서 빵까지 사주고 돌려보낸 그 날 부터였나. 사실 남고에서라면 기본인 되도 않는 군기며 패악질이 가장 심할 고삼에 예민함이라곤 요만큼도 엿보이지 않는 태도로 슬리퍼나 직직 끌고 다니는 게 동백이었다. 큰 키에 질끈 묶은 꽁지 머리는 의도치 않게 그를 따가운 뒷덜미와 험악한 인상에 밀어넣었지만 그는 사실 후배들이 뭘 얼마..
로그 2020.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