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껑이 열린 도시
판도라의 상자 간헐적으로 그래왔듯이, 상황은 좋지 않았다. 누구도 멈추지 않는 빗소리가 자연적인 것이 아니라는 걸 모르지 않았다. 먹구름은 잔뜩 끼어있을 때보다 전혀 보이지 않을 때가 많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빗줄기의 굵기는 언제나 같았다. 비는 상자를 삼켜버리고 싶어했으나 상자는 젖지 않았다. 우리는 여덟명이었고 상자는 하나였다. 쏟아지는 비 만큼이나 비현실적인 상황이 아홉을 물고 놓아주지 않았다. 논리적으로, 혹은 과학적으로 이해하려 할수록 영혼의 근간에 대한 회의적인 물음으로만 사고가 흘렀기 때문에 우리들은 아무 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날은 언제나 습했다. 우리가 바다 근처만을 전전했기 때문에 더욱 그랬을 것이다. 바닷바람은 조금만 길바닥을 서성여도 머리칼과 피부를 끈적거리게 만들었고 우리는 차..
로그 2021.05.17